42 Seoul - 002_born2beroot

🐧 Born2beroot: 시스템의 주인이 된다는 것

GUI의 안락한 유저 인터페이스 뒤편, 모든 것이 날것의 텍스트로 존재하는 세상이 있다. libft와 get_next_line이 C언어라는 도구를 날카롭게 벼리는 과정이었다면, born2beroot는 그 도구를 들고 그곳의 법칙을 세우는 ‘설계자’의 역할을 경험하는 것을 요구한 첫 과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Ops 영역을 처음으로 맛본게 아닐가 싶다.

이 과제는 단순한 서버 구축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선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시스템이 ‘제공하는’ 기능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시스템의 모든 요소를 직접 제어하고 책임지는 관리자의 시점으로 전환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하게 했다.

약간 가오를 잡는 역할을(ㅋㅋ) 하게 해주기도 하고, 검은 화면의 커서 깜빡임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시스템과 직접 대화하는 강력하고 정밀한 언어임을 깨닫는 여정이었다. OS 라는 바탕, GUI 뒤에서 동작하는 실제 OS 라는 것을 이해하는 기회가 이 과제에서 첫 삽을 떳다고 볼수 있었다.

📜 시스템 아키텍트의 청사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다

born2beroot의 목표는 명확했다. 우선 OS 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서 가상 머신이라는 격리된 공간을 또 다시 이해한다.

환경을 설정한다는 것이 가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면, 데비안(Debian) 리눅스 서버를 오직 명령줄 인터페이스(CLI)만을 사용하여 요구사항에 맞춰 구축한다.

이는 마치 건축가가 허허벌판에 건물을 올리듯, 디스크 파티셔닝으로 기초 공사를 하고, 사용자 계정으로 골조를 세우며, 보안 정책과 방화벽으로 견고한 외벽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었다.

모든 결정에는 이유 물음표를 띄워졌으며,모든 명령어는 시스템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는 만큼, 이 과제를 하던 이들, OS 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과정 하나 하나가 통곡의 반복을 이어나가야 했다.

🔑 핵심 과업들: 단순한 설정을 넘어 원리를 이해하다

과제를 수행하며 마주한 핵심 과업들은 시스템 관리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들을 담고 있다.

1. LVM(Logical Volume Manager) 파티셔닝: 물리적인 디스크의 한계를 넘어 논리적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는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추상화하여 유연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현대 스토리지 관리의 핵심 원리를 체득하는 과정이었다. 고정된 칸막이(기본 파티션)가 아닌, 필요에 따라 늘이고 줄일 수 있는 가변적인 공간(논리 볼륨)의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파티셔닝의 목표는 하드웨어 구축 시 특정 영역의 OS 의 역할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고, 보다 복잡한 시스템이라면 특정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등을 고려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여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배우는 아주 기초적 단편을 이해할 수 있었다.
2. 강력한 암호 정책 (PAM): /etc/pam.d/common-password 파일을 수정하며 사용자의 비밀번호 규칙을 강화하는 것은, 시스템 보안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인 ‘선제적 방어’의 개념을 배우는 것이다. 복잡성, 주기적 변경, 재사용 금지 등의 규칙은 외부의 위협을 막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며 이를 OS 차원에서 어떻게 하는지, 리눅스 시스템은 무엇을 활용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3. sudo 권한 관리: sudoers 설정을 통해 최고 관리자(root) 권한의 사용을 통제하고 기록하는 것은 ‘최소 권한 원칙(Principle of Least Privilege)’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 모든 sudo 명령어 실행 시도를 로그로 남기는 것은 시스템의 모든 관리 행위에 대한 ‘감사 추적(Audit Trail)’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지금은 이해하고 있지만, 시스템 내에서 동작하는 프로세스는 OS 의 주인인 유저가 동작시키기도 하지만,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이러한 권한을 제한된 계정으로 만들어 사용하게 만듦으로써 그 계정이 할 수 있는 동작의 한계를 지정하고, 이를 통해 시스템 전체에 대한 제한을 제공하는 것은, Ops 차원의 상당한 노하우임을 나중에 깨달았다.
4. SSH 포트 변경 및 UFW 방화벽 설정: 서버 개발과 관리, 유지보수 차원에서 본다면 원격의 접속은 가장 필수이자 기본이 된다. 그러나 이를 정해져있는데로 활용하는 것은 자칫 보안의 구멍을 만들 수 있다. SSH 포트(22)를 비표준 포트(4242)로 변경하고 UFW를 통해 해당 포트만 허용하는 작업은, 시스템의 ‘대문’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보안 조치였다. 이는 무차별적인 자동화 공격(Brute-force attack)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낮추고, 허가된 경로 외의 모든 접근을 차단하는 ‘화이트리스트’ 기반 보안 모델의 기초를 다지는 경험이었다.
5. 사용자 및 그룹 관리: 사용자를 생성하고 user42 및 sudo 그룹에 소속시키는 과정은,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 Role-Based Access Control)의 개념을 이해하게 했다. 각 사용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만을 부여함으로써,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줄일 수 있음을 배웠다. 3번과 함께 생각해볼 여지가 있던 영역이었다.
6. monitoring.sh 스크립트와 cron: 시스템 구축이나 사용에서 정말 핵심 중에 하나.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이를 활용해 시스템 단계에서 각 프로세스들을 관리하는 기능은 지금도 흥미진진한 주제였다. 여기서는 주기적으로 서버의 상태를 보고하는 셸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cron으로 자동화하는 것을 통해 시스템을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모니터링’을 만들어보았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후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의 상태를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예측하는 인프라 관리의 기본 자세를 길러주었다.

✨ 성찰 및 배운 점

옛날 옛적, Windows Vista를 쓰던 시절 난 학생이었다. 무슨 변덕일까 윈도우 대신 새로운걸 경험해보고 싶다면서 OS 를 우분투를 깔아본 적도 있었다. 그때는 CLI 라는 개념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GUI 없이 명령어를 쳐서 최적화 하는 작업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치면 되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때 OS 는 어찌보면 좋은 성능의 새롭고 신선한 그림이 나오는 ‘게임기’ 취급을 했었다(ㅋㅋ)

그런데 born2beroot과제를 하면서 OS 를 다시 이해하자, 체계란게 뭐고, 개발에서 어떻게 활용하는가, 이런 부분을 꽤나 알 수 있었다.

• 관점의 전환 (사용자에서 관리자로): 더 이상 나는 시스템이 정해준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사용자가 아니었다. 시스템의 규칙을 직접 만들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관리자의 무게를 느끼며, 컴퓨터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었다.
• CLI는 언어다: 처음 마주했을 때의 막막함과 달리, CLI는 시스템의 내부 구조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언어임을 깨달았다. 마우스 클릭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깊이까지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 모든 개발의 기초 체력: 서버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이 동작하는 한, 개발자는 운영체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과제를 통해 다진 네트워크, 보안, 사용자 권한, 파일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향후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든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단단한 기초 체력이 되어주었다.
• 신비로운 서버의 첫 걸음: 기본 세팅, 거기에 워드프레스를 설치하는 등의 작업으로 해놓고, 호스트에서 포트포워딩으로 접근하는 작업, 그렇게하여 웹 사이트가 딱 떴을 때 그 감각은 서버, 서빙이란게 뭔지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한 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born2beroot는 단순한 서버 세팅 가이드가 아니었다. 그것은 개발자로서 내가 서 있는 땅, 즉 운영체제라는 기반을 두 발로 직접 딛고 이해하게 만든, 진정한 의미의 ‘뿌리 내리기’ 과정이었다.